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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환도성과 평양성, 그 수도 이전의 역사

고대 삼국에서 천도를 한 번도 안한 국가는 신라 하나뿐이다. 정확히는 신문왕(神文王) 때인 689년에 달구벌(達句伐), 오늘날 대구 일대로 옮겨갈 계획을 세웠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행까지는 되지 않았다. 즉위 직후 장인인 김흠돌(金欽突)의 난을 무사히 극복한 그는 아버지 대에 끝난 나당전쟁 이후의 신라를 안정화시키는 데에 전력을 다한 인물이다. 특히 지방행정을 정리한 공이 큰데, 서원소경(西原小京, 충북 청주)과 남원소경(南原小京, 전북 남원)을 신설한 것도 그였고, 오랜 전쟁이 끝난 만큼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고구려 유민들의 보덕국(報德國)을 해체시킨 것도 그였다. 또한 완산주(完山州)를 비롯해 청주(菁州), 웅천주(熊川州), 무진주(武珍州), 사벌주(沙伐州) 등을 설치하여 최종적으로 9주(州) ..

에스페란토와 그 경쟁자들(Esperanto and Its Rivals)

에스페란토의 역사를 다룬 책은 꽤 많습니다. 에드몽 프리바(Edmond Privat)가 에스페란토로 쓴 자멘호프 전기나 에스페란토의 역사도 그렇고, 코르젠코프(Aleksander Korzhenkov)의 자멘호프의 인생(The Life of Zamenhof)도 에스페란토의 역사를 짧지만 깊이 있게 다룬 저작입니다. 제가 최근에 본 것은 “에스페란토와 그 경쟁자들(Esperanto and Its Rivals)”이라는 영어로 쓰인 책입니다. 총 240쪽이긴 하지만 본문은 168쪽까지여서 읽는 데 많은 부담은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출판한 곳이 흔히 유펜(UPenn)으로 약칭될 정도로 유명한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라는 점입니다. 즉 일반적인(혹은 쉬운) 대중 교양서가 아니라 대학에서 직접 출간할 정도로 전..

언어가 세계를 감각하는 법 (feat. 에스페란토는 정말 쉬운가?)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2017년작 라는 영화는 장르가 SF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어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원작 자체가 테드 창(Ted Chiang)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속 단편이기도 한데, 그것은 인류가 처음 외계인과 조우하였을 때 어떻게 대화를 나눌 것인지를 소재로 다룬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사실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빼고 그냥 서로 언어가 다른 지구상의 이종족을 만났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통용되는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개봉한 에도 마찬가지로 외계인을 만났을 때 어떻게 의사소통할 것인지를 다룬 부분이 나옵니다. 다만 아무래도 영화라는 시간 제약상 너무 쉽게(?) 어휘간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좀 아쉽긴 했습니다. 주제..

고대 한반도에 있던 말갈(靺鞨)이라는 존재

역사에는 해석하기 어려운 정보들이 가득하다. 자칫 잘못 해석하는 순간 고대 로마가 한민족의 역사가 되기도 하고, 고대 스키타이가 갑자기 신라가 되기도 하는 게 역사(?)이다. 그만큼 조심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 곧 역사이다. 그럼에도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는 것이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 다룰 주제는 정답이 없는 이야기이다. 바로 고대 한반도에 실존하였던 말갈(靺鞨)이란 존재이다. 말갈은 거칠게 말해서 기원전부터 존재하였던 옛 숙신(肅愼)을 모태로 한 읍루(挹婁), 물길(勿吉) 등의 후예 정도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와 중국계 역사서들간의 차이이다. 에는 읍루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고, 물길은 504년에 한 번 언급이 있고, 숙신은 121년과 246년, 280년에 세 차례 등장할 ..

말갈(靺鞨)은 과연 한민족의 선조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승만이고, 또 일제 패망 당시 마지막 주석은 김구였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물론 그 사이에도 여러 명의 대통령 혹은 주석이 재임하였다. 그 중에 이승만의 뒤를 이어 제2대 대통령을 지낸 이가 바로 박은식(朴殷植)이다. 나름 독립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인데, 흥미롭게도 『한국통사(韓國痛史)』즉, 조선 말부터 일제의 국권 침탈까지의 아픈(痛) 역사를 다룬 역사서의 저자로 더 유명할 것 같다. 그런데 시대적 영향으로 민족주의적 의식이 강했던 박은식이 쓴 글 중에는 「몽배금태조(夢拜金太祖)」라는 일종의 단편 역사소설이 있다. 꿈속에서 금나라 태조 아구다(阿骨打)를 만나 민족의 고통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듣는 그런 내용의 소설이다. 다른 부분은 차..

고대의 인구조사(Census) 이야기

의외로 인구조사(Census)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대 로마도, 고대 중국도 국가가 정책적으로 전국의 인구수를 조사한 기록이 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에는 작은 지역 단위의 인구수까지 조사한 통계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물론 이는 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필요에 의해 조사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떨까? 약간 안타깝지만 국가 차원이든 뭐든 지역별 인구통계가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전국적으로 제대로 된 인구조사는 조선시대의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번 최대한 긁어모을 수 있는 정보들을 가지고 오늘은 한번 고중세 이 땅(+만주)의 나라들의 인구를 추산해보도록 하겠다. 가장 이른 시기의 인구기록은 재밌게도 예(濊)라는 고대민족의 것이다. 원삭(元朔)..

탐라 아일랜드 공화국(Republic of Tamla Island), 제주의 독립에 대하여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독립 가능할까? 물론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정말 하고 싶다 하더라도 국내외 정치, 경제 문제, 군사/안보, 집단별 문화적 차이 등 무수히 많은 이슈가 산적해 있다. 그래서 솔직히 절대 쉽지 않다. 허나 한편으로 과거 제주도의 오랜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슬프게도 과연 제주도는 꼭 한반도에 부속되어 있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한번쯤 들기도 한다. 역사는 상상의 대상은 아니지만, 그냥 한번쯤 만약에 그때 독립국 탐라가 굳이 백제, 신라, 고려와 거리를 그렇게 가까이 하지 않았다면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 아니겠는가. (여담이지만, 탐라는 백제 멸망 후 일본(당시엔 왜국)측과도 따로 교류를 하였던 적이 있다. 그때 줄을 어떻게 섰느냐에 따라 자칫 일본의 섬이 될 ..

발해고(BALHEGO) en Esperanto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발해고(渤海考)를 지으면서 고려가 발해의 역사를 짓지 않은 것을 한탄하였습니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역사를 남기지 않음으로써 그 땅을 영구히 잃어버렸다는 뜻이었지요. 그러면서 과거 통일신라로 불렀던 그 기간을 남쪽의 신라오 북쪽의 발해를 합쳐 "남북국시대"로 새롭게 명명하기도 하였었습니다. 국내에도 번역본이 4개 나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인데, 한편으로는 전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책이기도 합니다.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아무래도 옛 한문으로 지어진 책이다보니 현대인들이 읽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어로도 나와 있지 않은 이 중요한 책을 세계 최초(!)로 순수 에스페란토(Esperanto)로만 번역을 한 책이 나왔습니다. 양도 많지 않아서 읽기에..

에스페란토와 POD 출판

국내의 열악한 출판환경에서 심지어 에스페란토 책을 출간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유일의 에스페란토 전문 출판사인 진달래 출판사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 역시 자선사업을 하는 곳은 아닐 텐데 과연 크게 마진을 남기면서 사업을 하실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일반 에스페란티스토가 책을 출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POD 시스템이 바로 그것입니다. Print On Demand의 약자인 주문형 출판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제작을 하여 출고한다는 개념입니다. 고로 초기에 수백, 수천 권을 인쇄해야 하는 기존 대규모 투자방식에서 벗어나서 소액 소량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를 시스템적으로 자동화하여..

에스페란토와 인지도 싸움

지금의 에스페란토는 악플도 아니고 무플 수준에 가깝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차라리 악플이 낫다고도 말하지요. 솔직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개의 그래프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왼쪽은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확인할 수 있는 키워드 검색 통계입니다. 최근 만 10년간 에스페란토를 검색하는 비중은 꾸준히 하락 추세입니다. 혹 한국만 이런가 싶어서 외국도 함께 확인해보았습니다. 그것이 오른쪽 구글트렌드입니다. 여기서도 2004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검색이 감소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습니다. 참고 삼아 다른 주변국들의 언어 검색도 동일한 조건으로 알아봤는데, 국내는 하락 추세가 맞으나 외국까지 확대해서 보면 등락은 있을지언정 감소만 하는 언어는 딱히 없었습니다. (참고로 살짝씩 삐죽삐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