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5

백미(白眉)의 동생이자 읍참(泣斬)의 주인공 마속(馬謖)

걸출한 재능이 있었고 군사 전략에 밝았지만, 말보다 실제가 부풀려진 인물 어떤 인물이 사자성어 속 주인공이 되거나 혹은 보통명사화되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주 드물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있긴 하다. 《삼국지》에 나오는 백미(白眉)라는 고사의 형제들이 바로 그 사례이다. 백미는 글자 그대로는 단순히 ‘흰 눈썹’이라는 뜻인데, 오늘날 사전적 정의는 “여럿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나 사물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쓰인다. 그 배경은 이렇다. 당시 양양군 의성현(宜城縣)에서는 마(馬)씨 집안의 다섯 형제가 재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는데, 그 중에서도 눈썹에 흰 털이 나 있던 마량(馬良, Mǎ Liáng, 187~222)이 제일이라고 해서 흔히들 ‘백미’가 바로 그 중 ..

기이한 천재 혹은 성실한 모범생, 제갈량(諸葛亮)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 큰 인물이었으나, 다만 임기응변의 지략이 부족하였다. 삼국지 최고의 천재를 꼽는다면 누구나 다들 제갈량(諸葛亮, 181~234)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는 사실 소설 《삼국지연의》의 탓이 크다. 역사적 인물이 아닌 소설 속 캐릭터로서의 제갈량은 기묘한 책략과 온갖 술수까지 다를 줄 아는 만능의 귀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 묘사의 수준이 오늘날 합리성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면 너무도 심하게 과장되어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오죽하였으면 우리보다 훨씬 앞 세대인 조선시대 북학파 실학자 이덕무(李德懋)도 《삼국지연의》를 읽다가 칠종칠금과 축융부인의 일화를 보고는 너무 허황되어 책을 던져버렸었다고 하였을까. 물론 《삼국지연의》 자체가 선과 악에 대한 인..

어려서부터 신동이었던 제갈각(諸葛恪)

어려서는 천재, 그러나 커서는…? 제갈각(諸葛恪, 203~253)은 그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인재들이 활약했던 삼국지의 시대에서도 총명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제갈씨 가문 출신이었다. 그는 약관의 나이에 기도위로 임명되어 관직에 나아갔는데, 출세도 빨라서 221년에 오나라의 손권이 맏아들 손등(孫登, 209~241)을 왕태자로 삼을 당시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하여 그를 수행토록 하였을 때 그 중 한 명으로 뽑힌 이가 바로 제갈각이었다. 둘의 나이 차는 불과 여섯 살밖에 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같이 마차를 타기도 하고 침대에서 함께 잠들기도 하는 등 무척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229년에 손권이 황제로 등극할 때에 손등이 다시 황태자가 되었고, 이때에도 그를 보좌하는 핵심 4인방 중 한 명이..

제갈량의 그림자에 가려진 방통(龐統)

인물 평가를 좋아했고 학문과 책략에서 뛰어났다 와룡봉추(臥龍鳳雛), 엎드려 있는 용과 봉황의 새끼를 일컫는 말로 흔히 세상에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뛰어난 인재를 뜻한다. 이는 삼국지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각각 제갈량과 방통(龐統, 179~214)을 가리킨다. 소설 상에서는 특히 주인공격인 유비를 중심으로 띄워주기 위해 양대 천재를 거느린다는 컨셉의 소재로 활용되었지만, 소설에서든 실제 역사에서든 제갈량이라는 강한 빛에 가려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존재로 여겨진다. 제갈량과 두 살 터울인 방통은 당대에 이미 유명한 재야 인사였다. 그는 형주(荊州)의 양양군(襄陽郡, 오늘날 후베이성 북서쪽) 출신으로 어렸을 때에는 딱히 주목을 받진 못했었지만, 스무 살 때 사마휘(司馬徽)..

제2의 제갈량을 꿈꾼 강유(姜維)

문무를 겸비하고 있고 공명을 세우고자 함이 투철했다. 228년 봄,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諸葛亮, Zhūgě Liàng)은 당대의 초강대국 위나라를 상대로 첫 북벌에 착수하였다. 당초 위나라에서는 촉나라 하면 유비만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그가 죽고나서 수년 동안 양국간 평화가 이어져 오고 있던 중 제갈량이라는 그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이끄는 촉의 대군이 진군해 오고 있다는 것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었다. 그 당시 표현으로는 관중(關中) 일대를 뒤흔들었다고 할 만큼의 이슈였는데, 실제로 위나라 최전방의 3군(郡), 즉 남안군, 안정군, 그리고 천수군의 여러 현들이 두려움에 급박하게 촉나라에 귀순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마침 이 당시 천수(天水, Tiānshuǐ)태수 마준(馬遵)은 공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