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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사비성(泗沘城), 동방의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수도의 함락으로 한 국가가 멸망한 경우는 그 과정 자체가 다이내믹하면서도 극적이기에 역사가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정보가 부족하기로 악명 높은 발해조차도 수도 상경성의 함락 과정은 일자별로 기록으로 남아 있을 정도이다. 그에 비견되는 것이 고구려의 평양성 함락, 그리고 백제의 사비성 함락이다. 어느 것 하나 감히 제외할 수 없을 만큼 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없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백제의 최후를 한번 살펴보자. 백제는 크게 보면 두 번의 천도를 거쳤다. 초기에 한성의 위례성 자체도 옮긴 기록이 있지만 지근거리의 이동은 거국적인 천도는 아니니 제외하자면, 한번은 웅진(공주), 또 한번은 사비(부여)가 그곳이다. 우선 475년 9월에 고구려 장수왕이 3만의 대군을 동원해 백제의 왕도 한성(漢..

(신간) Nesaĝa Gento - 어리석은 사람들

에스페란토 운동 초기에는 수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교육, 문학, 언론 등 각 전문분야마다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는 열성적인 운동가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그럼에도 간혹 예전 기록들을 찾아보다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만한 작품들도 종종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올리는 작품은 겨우 스무 살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불과 서른의 나이에 요절하고 만 젊은 천재 에스페란티스토 월터 존 클라크(Walter John Clark)의 우화입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깝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공부하고 활동하였던 국제적인 인재였던 그의 관점에서 초기 에스페란토 운동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 단편을 소개해드립니다. # 자세히 보기 : Ligilo

(신간) La Aventuroj de Alicio en Mirlando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 차례 영화화도 되었고, 오랜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판본도 출간되었으며, 당연히 전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도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에스페란토로도 나와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다들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 고전 동화를 영국의 에스페란티스토 E. L. 커니(Kearney)의 번역으로 오늘날 다시 한번 즐겨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자세히 보기 : Ligilo

(신간) 안데르센 이야기 & 에스페란토 일상 회화

에스페란토 운동 초창기에는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었습니다.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각지에서 그 열정들이 모여들어 창작도 많이 이루어졌고 유명 작품들의 번역도 당연히 많았고, 초기였던 만큼 문법 설명서부터 회화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두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하나는 동화, 또 하나는 회화입니다. 안데르센의 동화집은 누구나 다 아는 명작입니다. 에스페란티스토가 이를 놓칠 리 만무하죠. 이 책은 덴마크의 에스페란토 운동의 아버지인 프레데리크 스킬-기외를링(Frederik Skeel-Giørling)이 번역한 것입니다. 일독을 권해드릴 만큼 잘 쓰인 책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에스페란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가이드북 같은 책입니다. 원작은 독..

고구려의 평양과 낙랑군 이야기

오늘은 민감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시작하기 전에 변명부터 해보자면, 역사에는 정답이란 것이 없다. 그저 여러 근거들에 대한 타당한 취사선택과 좀 더 합리적인 해석, 그리고 각자가 이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제시하는 주장 내지 의견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직접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는 한은 부득이 이 지난한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이 곧 역사를 바라보는 (어쩌면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일 것이다. 그 점을 참고하여 논의를 진행해보자. 평양에 있던 낙랑?학계에서는 고구려에 평양이 하나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뭔가 대단한 이유나 증거가 있어서는 아니다. 현재 평양이 있던 자리에 ‘낙랑’이 있었기에 3세기에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하였을 때 같은 곳에 두 ..

POD 서비스 비교 (feat. 에스페란토 출간)

국내에는 여러 POD(Publish On Demand) 서비스가 있습니다. 전자책 전용 POD도 있지만 우선 종이책이 가능한 곳만 살펴보겠습니다. 유료 POD도 있다보니 여기서는 무료 서비스만 집중해서 보자면, 오프라인의 강자 교보문고의 바로출판 퍼플(PubPle)도 있고, 10년 경력을 자랑하는 POD의 대표주자 (주)부크크의 BOOKK, 그리고 2025년에 시원스쿨에서 새로 시작한 북플레이트 정도가 있습니다. 한번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교보문고(product.kyobobook.co.kr/pod/main)의 경우 브랜드가 살짝 섞여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서비스명을 “바로출판”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쓰고 있고, 출판사 브랜드로 “퍼플”(PubPle)을 사용하는 이중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자책(eB..

AI 그리고 "언어 대멸종"의 시대 (feat. 에스페란토의 미래)

알파고와 이세돌, 그리고 AI와 에스페란토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라는 책이 있다. 확실히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AI가 보여주는 미래를 저널리즘적으로 잘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는 챗GPT가 가져온 생성형 AI의 위협 하에 이제사 내 눈 앞에서 수없이 직업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지만,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바둑계는 그러한 서늘한 현실을 이미 10년 전에 예방주사 맞듯이 미리 겪었다. 당시 무언가 쎄한 느낌을 받은 나 역시 인류 역사상 인간이 인공지능을 마지막으로 이긴 바로 그 대국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사람 중 하나이다. 그리고 다시는 인간은 AI를 상대로 이긴 적이 없다. 당시 세계 1위 커제도 전패하였고, 심지어 인간의 기보로 학습한 알파고는 그것 없이 혼자서 학습한 알파고 제로에게 또 ..

『지정생존자』, 인간은 차별을 원하는가?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인데, 어떤 이가 “명작”을 자신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정의한다고 하였다. 나 역시 이에 깊이 공감하였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돌이켜봐도 내가 감탄하며 보았던 작품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일관된 흐름 속에서도 보는 이마다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감동과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한 편의 잘 만든 드라마는 우리를 감탄하게 하기도 하고, 울고 웃게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어떤 의미에서 인생에 대해 통찰하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다들 누구나 각자 인생의 드라마 한 편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2019년에 방영된 『60일, 지정생존자』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 웰메이드 드라마이다. 미국의 『Designated Survivor 』라는 원작드라마를 한국 버..

《삼국지 x 고구려》 우리가 모르는 삼국지 속 고구려 이야기

어렸을 적 나관중의 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중국의 삼국시대 때는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였는데 왜 그런 건 안 나올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 그리고 커서 알았다. 나관중의 책은 소설이어서 생략되었을 뿐, 진수의 정사 에는 한반도와 만주의 삼국시대가 여러 모로 기록되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뭐 나관중이 지금의 표현으로 중화주의자여서 일부러 빠트린 것이 아니라, 그저 중원의 역사에만 관심이 있는 한족이었기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정사 에는 아예 동이전(東夷傳)이 따로 있고, 그 안에는 부여, 고구려, 옥저, 읍루, 예, 삼한의 역사까지 들어 있다. 심지어 삼국의 쟁투와는 딱히 상관도 없어 보이는(?) 왜국, 즉 고대 일본의 역사도 포함되어 있다. 역사서..

『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 사용자에 대한 냉철한 분석

자신의 모국어 외에 일부러 인종이 다른 정적들의 언어를 배운 넬른 만델라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외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머리로 가고, 상대방의 언어(모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이중언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핫 이슈이다. 특히나 자신의 모국어 외에 주로 영어를 기준으로 제1외국어를 습득케 하는 데에 거의 전세계가 혈안이 되어 있다. 언어적으로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특출난 프랑스도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하는 것은 물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세계를 향해 굳이 영어(!)로 전쟁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을 우리는 쉽게 목격한다. 심지어 미국과 한창 전쟁 중인 이란 역시 자국민 대상이 아닌 바깥세상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할 때는 (적국의 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