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 3

(신간) 내 안의 유인원

빅 히스토리 차원에서 보자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곧 지금의 인류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인간의 문명의 역사만 놓고 보자면 심지어 불과 수천 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자기들끼리 복작복작거리면서 지내온 게 전부이다. 이 문명조차도 크게 구분하자면 싸움이 최소한 그 절반은 차지할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계통상 공격적인 성향으로 유명한 침팬지(Chimpanzee)와의 유전자 일치율이 2%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번 싸움만 지지고 볶고 했어야 할 텐데, 재미있게도 인류의 역사는 또한 평화와 공존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또한 유전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보노보(Bonobo)의 존재 덕분이다. 한때 피그미 침팬지라고도 불렸던 이 보노보는 이제는 ..

귀실복신(鬼室福信), 백제 부흥의 마지막 불꽃

660년 9월 5일에 백제 출신의 달솔(2품) 직급의 관리와 앳된 승려가 왜국을 찾아왔다. 이들은 바다 건너 도망쳐 와서는 고국의 사정을 왜국 정부에 다급히 알렸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금년 7월에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백제를 멸망시켰습니다. 왕과 신하는 모두 포로가 되었으며, 사람들도 붙잡혀 가거나 다들 흩어져버렸습니다. 이에 서부의 은솔 귀실복신은 분개하여 임사기산(任射岐山)을 차지하였고, 또 달솔 (부)여자진은 중부 구마노리성(久麻怒利城)에 자리잡고는 흩어진 병력을 불러 모았습니다. (중략) 그래서 나랏사람들이 그들을 높여 ‘좌평(1품) 복신, 좌평 자진’이라고 불렀습니다. 오직 복신만이 신기에 가까운 무력으로 망국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등장하는 귀실복신..

웅진도독부는 어디에 있었는가? (웅진/공주 vs. 부여/사비)

이름이 갖는 힘이 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부모들도 그 이름 짓기에 나름의 공을 쏟는다. 이름 그대로 살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고려가 처음에 건국할 때 굳이 ‘고려(高麗)’라고 이름 지은 것은 그 나라가 ‘고구려’를 이어 북방 강국으로 발돋움하기를 희망해서였다. (물론 이름대로 다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 재밌는 것은 이름과 실체가 따로 놀 때이다. 이런 경우도 은근히 많다. 이를테면 고대 일본, 즉 왜국의 기록을 보다 보면 한자로는 ‘唐(당)’이라 쓰고 발음은 ‘가라(から)’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그 전달자인 가야(가라)를 그 당시의 선진국 당나라와 동일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이름이 갖는 힘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