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문덕 3

김동인의 역사 장편소설 3부작 - 견훤, 서라벌, 을지문덕

김동인(金東仁, 1900~1951)은 20세기 조선의 몰락 후 일제강점기 때 사실주의 단편소설을 쓴 엘리트 출신의 천재 소설가입니다.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등으로 워낙에 유명하지만, 일제의 폭정이라는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그는 일종의 탈출구로서 민족주의적 감수성이 담긴 중단편 역사소설도 여럿 남겼습니다. 특히나 견훤(진헌), 을지문덕, 주몽 등을 다룬 장편소설 3부작은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희소성이 높고 그만의 독창적인 시대관이 담겨 있는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들입니다. 그는 가난과 병마와 싸우던 중 한국전쟁 발발 초기에 서울에서 비명횡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만의 역사관을 한번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그의 장편소설 3부작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도서 구경하기: https://bookk.co.kr/searc..

을지문덕과 다문화사회 고구려

우리가 을지문덕에 대해 그나마 들어서 아는 것이라고는 살수대첩 하나뿐이다. 워낙에 탁월한 전략운용이 돋보이는 작전이어서 그런지 기록들을 차분히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직접 느껴볼 수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이다. 그가 정말로 평양 석다산(石多山) 출신인지도 불분명하다.심지어 그의 성씨가 을(乙)인지, 을지(乙支)인지도 명확치 않다. 그가 을씨라고 보는 쪽은 고구려 역사 초기에 등장하는 을씨 재상들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국상 을파소(乙巴素, ?~203) - 제9대 고국천왕(179~197) 때좌보 을두지(乙豆智) - 제3대 대무신왕(18~44) 때대보 을소(乙素) - 제2대 유리왕(B.C.19~A.D.18) 때하지만 3세기를 마지막으로 을씨는 더 이상 보이지 않기 때..

을지문덕 그리고 요동전쟁

598년 2월의 아직 한창 추운 겨울 어느 날, 고구려 장수가 지휘하는 말갈 기병 1만여 명을 동원하여 수나라의 요서 지방을 선제공격하였다. 이는 갑작스런 게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보다 8년 전에 이미 고구려에서는 수나라가 마지막 남은 남진(陳)을 멸망시키고 마침내 중원을 통일한 것에 충격을 받고 무기를 정비하고 식량을 축적하면서 외침에 대비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선왕의 뒤를 이어 제26대 영양왕(嬰陽王, 재위 590~617) 고원(高元, ?~618)은 반복적인 사신 파견을 통해 수나라의 내실을 염탐하면서 이들의 역량을 확인해왔는데, 동시에 그에 대응하여 갈고닦으며 준비해온 고구려의 실력을 한번 확인해볼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였던 것 같다. 사실 2백 년 넘게 이어진 중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