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2 2

고려와 발해를 잇다 - 역사 속 경계인들의 이야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정도씩은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학문을 하는 이들은 학설이든 주장이든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정해진 양식으로 학문을 다뤄야 하다보니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실제로 인간들이 사는 현실은 완전 무질서(chaos) 그 자체의 세상이다. 인간 세상에서는 절대 원인과 결과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질 수가 없고, 또 통계적으로 아름다운 그래프가 나올 리가 없는 게 또 인간 세상이다. 뿐인가, 역사는 글자든 유물이든 기록 내지 물질로 남아야지만 다룰 수가 있다. 본질적으로 시작점부터 자료의 한계라는 제약을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남지 않은 무수한 정보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후대의 우리는 더 이상 그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

에스페란토는 왜 Samideano가 필요한가

에스페란티스토가 서로를 부르는 표현이 있다. Samideano. 풀어보자면 Sama-Ideo-Ano, 즉 생각이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좋은 뜻에서 그 의미는 이해가 간다. 사회적으로 주류가 아닌 이들끼리 모여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단합하여 이 힘든(?) 세상을 이겨낸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용어를 들을 때마다 솔직히 심적으로는 부담감이 엄습해온다. 왜 우리는 생각이 “같아야” 한다는 것일까? 인류 역사를 보면 인간이 서로에게 ‘같음’을 강요해온 기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는 않았다. 그것을 처음으로 강요했던 대표적 사례는 고중세의 종교, 특히 일신교 사상이다. 조금만 그 기준에서 벗어나도 이단으로 몰아붙였던 역사를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또한 근현대로 넘어와서는 사상이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