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9년은 신라의 역사에서도, 아니 한국사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던 해이다. 이때 발생한 원종(元宗)과 애노(哀奴)의 난을 계기로 천년왕국 신라는 본격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해이기도 하고, 50년 가까이 난세를 맞이하였던 후삼국시대가 실질적으로 시작된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해를 기점으로 무려 7년 간을 최치원은 지옥같은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역설적으로 이때 등장한 영웅들만 해도 수도 없다. 대표적으로 태봉국의 궁예(弓裔)와 그의 뒤를 이은 고려의 건국자 태조 왕건(王建)이 있고, 또 오늘 다룰 인물인 후백제의 견훤(甄萱)도 그 중 한 명이다. 안타깝게도 중세 이전의 역사기록들이 왠만하면 다 그러하지만, 한 시대를 풍비하였던 이들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