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히스토리

탐라 아일랜드 공화국(Republic of Tamla Island), 제주의 독립에 대하여

위클리 히스토리 2026. 4. 8. 11:11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독립 가능할까? 물론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정말 하고 싶다 하더라도 국내외 정치, 경제 문제, 군사/안보, 집단별 문화적 차이 등 무수히 많은 이슈가 산적해 있다. 그래서 솔직히 절대 쉽지 않다.

 

허나 한편으로 과거 제주도의 오랜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슬프게도 과연 제주도는 꼭 한반도에 부속되어 있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한번쯤 들기도 한다. 역사는 상상의 대상은 아니지만, 그냥 한번쯤 만약에 그때 독립국 탐라가 굳이 백제, 신라, 고려와 거리를 그렇게 가까이 하지 않았다면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 아니겠는가. (여담이지만, 탐라는 백제 멸망 후 일본(당시엔 왜국)측과도 따로 교류를 하였던 적이 있다. 그때 줄을 어떻게 섰느냐에 따라 자칫 일본의 섬이 될 뻔했던 숨겨진 역사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누군가는 똑같은 상황에서 상상만으로 멈추지 않는다. 이 또한 역사가 증명해준다. 다수가 말도 안 된다고 여길 때 상대적 소수인 누군가는 정말로 그 일에 진심을 다해 착수하는 사례가 실제로 왕왕  있어왔기 때문이다. 20세기부터 현재까지 근래의 사례들만 보더라도, 예컨대 영국의 스코틀랜드(Scotland), 캐나다의 퀘백(Quebec), 스페인의 카탈루냐(Catalonia) 등 꽤 많은 분리독립의 시도가 있었다. 물론 공권력으로 제압당하든 투표에서 온갖 공작으로 시도 자체가 분쇄되든 여러 가지 형태로 중앙정부로부터 깨지기 일쑤였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시도가 100% 실패였다고 할 수는 또 없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이를테면 우리도 잘 아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동티모르(Timor)가 힘겹게 독립한 사례도 어쨌든 있으니 말이다. 뿐인가, 유럽에서는 오랜 기간 피를 흘리며 싸워온 아일랜드(Ireland)가 마침내 영연방에서 독립에 성공했던 일도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이해가 안될 텐데, 한때 싱가포르(Singapore)는 말레이 연방에 소속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거부당하여 결국 지금과 같은 도시국가로 남은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러니 상상만이긴 해도 제주가 대한민국으로부터 독립을 한다는 게 반드시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잘 모르는 육지것 출신에 제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한 국민으로서는 정말 많이 아쉽겠지만, 제주가 독립 선언을 한다면 기꺼이 한 표를 던질 의향도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여하튼 그러면 여러 가지 넘어야 할 허들이 많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할 정치적인 문제도 어찌 해결된다 가정하였을 때, 정말 제주는 독립하여 독자생존을 할 만한 현실적 여건이 될까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간략히 찾아보고 정리한 게 다음의 표이다. (제주보다 우위에 있지 않은 섬나라형 도시국가는 여기서 제외했고, 오히려 벤치마킹이 가능할 만한 섬 기반의 도시 내지 국가 중 비교적 선진국에 가까운 곳들만 추려본 것이다.)

 

(단위: 명, ㎢, $(명목), 나라별 2023~5년 기준)

비교 기준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제주도
인구 604만 750만 71만 538만 40만 67만
면적 736 1,104 30 70,273 102,775 1,850
인구밀도(/㎢) 7,804명 6,801명 20,300명 77명 4명 361명
경제규모(GDP) 5,647억 4,240억 547억 5,988억 353억 210억
  인당 GDP 93,956 56,031 78,962 108,920 90,280 31,150
주요 산업 제조, 무역, 금융, 관광 등 금융, 무역, 관광 등 관광 목축, 공업, IT 등 수산업, 금융, 관광 등 농업, 관광, 수산업 등
공용어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중국어(광둥어), 영어 중국어(광둥어), 포르투갈어 아일랜드어, 영어 아이슬란드어 한국어(제주어)

 

가장 우선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은 물론 싱가포르일 것이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출발하여, 심지어 위협적인 주변국들 사이에서 독자생존에 성공한 것은 그들만이 가진 강점을 어떻게든 극대화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던 결과물이다. 하지만 제주와 다른 특성도 많아서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겠다.

 

인구 규모만 놓고 본다면 제주와 가까운 곳은 마카오(Macau)이다. 다만 차이도 큰데, 특히 면적을 보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너무 극명하게 갈린다. 그래서 그들이 관광, 특히 카지노 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제주도 만일 독립한다면 동북아의 카지노 메카로 거듭날 여지도 있지만, 우선은 넘어가겠다.)

 

면적을 중심으로 보자면 홍콩(Hong Kong)이 더 가깝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인데, 그들은 제주보다 더 좁은 땅에서 오밀조밀 모여 살다보니 발전방향이 제주와는 다른 길로 나아가게 된 듯하다. 배후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기도 하고, 동시에 그만큼의 인력공급도 가능했던 역사적 배경이 사실상 그러한 차이점을 만들어냈다. 고로 참고는 하되 홍콩의 성공 모델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또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인구밀도로 따로 비교하면 아일랜드가 그나마 비슷해 보이긴 한다. 허나 섬 자체의 규모가 제주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큰데, 남한 면적의 70%쯤 되니 직접 비교는 부득이 어렵겠다. 그럼에도 원래 유럽의 후진국에 불과했던 이들이 그 넓은 땅덩이 대비해서 훨씬 적은 인구규모를 가지고 오늘날 IT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선진국으로 거듭난 과정은 보고 배울 만할 것이다.

 

경제규모 측면에서는 아이슬란드(Iceland)도 참고할 만하다. 심지어 수산업과 관광이 발전한 것도 비슷한데, 다만 비교대상 중 유일하게 제주보다 더 적은 인구가 한계이다. 그런 규모로 금융업에 올인하였다가 미국발 외환위기 때 국가가 한 차례 크게 망해보기까지 하였다. 어떤 면에서는 반면교사로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정리하자면 산업 구조가 경제적 생존에서는 제일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에 띄는 대로, 마카오식 관광시스템이라든가 아일랜드의 IT 투자 등은 참고할 만해 보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제주만의 특장점을 만들어내고 부각시킬 수 있는 산업적 동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예시를 들기 위해 막 얘기해보자면, 예컨대 아이슬란드를 제외하면 저 나라들 모두 복수의 공용어를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힌트를 얻자면 동남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필리핀같은 영어 선진국이 있는데, 동북아에서는 제주도가 굳이 한국어에만 매몰되지 않고 언어적 측면에서 차별화하여 국제적 영어교육도시와 같은 컨셉을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파급효과 실증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김태경, 한국경제연구원, 2016)

 

제주에는 고유의 제주어가 있다. 이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어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언어로 진화발전하는 방향도 가능하고, 또 한편으로 나아가 동시에 주변국들의 언어 혹은 영어까지 공용어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왕지사 국제적인 해양도시국가로 나아갈 작정이라면 그 정도의 전략적 투자 내지 결정은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은 언제나 재밌다. 아무리 그것이 허황된 공상, 혹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천년만년 한 영토가 어느 한 국가에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우리가 갖는 고정관념 아니겠는가. 제주인들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개인적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