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 에스페란토 30

(신간) 미스터 에스페란토 (Mr. Esperanto)

간혹 기대치 않았던 놀라움을 느끼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텐데, 최근에 읽은 이 책이 나에게는 그러했다. 제목에 에스페란토가 들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마존에서 사서 읽은 책. 생각보다 재밌었고 예상보다 짜임새도 좋았다. 결론을 스포할 수는 없으니 배경만 간단히 요약해보겠다. 21세기 초에 실제 일어났던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보여주었듯, 가상의 가까운 미래에 스페인의 일부 지역들이 분리된다는 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중 작은 지역 네 곳이 하나의 소국으로 독립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전주민 찬반투표를 비롯해 각종 정치적인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이 커다란 흐름이다. 이와중에 국제테러도 터지고 정치공학적 경쟁도 펼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 속에서 점차 이 신생국 노바줄(Novazul)은 어찌어찌 ..

(신간) Nesaĝa Gento - 어리석은 사람들

에스페란토 운동 초기에는 수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교육, 문학, 언론 등 각 전문분야마다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는 열성적인 운동가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그럼에도 간혹 예전 기록들을 찾아보다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만한 작품들도 종종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올리는 작품은 겨우 스무 살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불과 서른의 나이에 요절하고 만 젊은 천재 에스페란티스토 월터 존 클라크(Walter John Clark)의 우화입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깝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공부하고 활동하였던 국제적인 인재였던 그의 관점에서 초기 에스페란토 운동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 단편을 소개해드립니다. # 자세히 보기 : Ligilo

(신간) La Aventuroj de Alicio en Mirlando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 차례 영화화도 되었고, 오랜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판본도 출간되었으며, 당연히 전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도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에스페란토로도 나와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다들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 고전 동화를 영국의 에스페란티스토 E. L. 커니(Kearney)의 번역으로 오늘날 다시 한번 즐겨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자세히 보기 : Ligilo

(신간) 안데르센 이야기 & 에스페란토 일상 회화

에스페란토 운동 초창기에는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었습니다.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각지에서 그 열정들이 모여들어 창작도 많이 이루어졌고 유명 작품들의 번역도 당연히 많았고, 초기였던 만큼 문법 설명서부터 회화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두 편을 소개해드립니다. 하나는 동화, 또 하나는 회화입니다. 안데르센의 동화집은 누구나 다 아는 명작입니다. 에스페란티스토가 이를 놓칠 리 만무하죠. 이 책은 덴마크의 에스페란토 운동의 아버지인 프레데리크 스킬-기외를링(Frederik Skeel-Giørling)이 번역한 것입니다. 일독을 권해드릴 만큼 잘 쓰인 책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에스페란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가이드북 같은 책입니다. 원작은 독..

POD 서비스 비교 (feat. 에스페란토 출간)

국내에는 여러 POD(Publish On Demand) 서비스가 있습니다. 전자책 전용 POD도 있지만 우선 종이책이 가능한 곳만 살펴보겠습니다. 유료 POD도 있다보니 여기서는 무료 서비스만 집중해서 보자면, 오프라인의 강자 교보문고의 바로출판 퍼플(PubPle)도 있고, 10년 경력을 자랑하는 POD의 대표주자 (주)부크크의 BOOKK, 그리고 2025년에 시원스쿨에서 새로 시작한 북플레이트 정도가 있습니다. 한번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교보문고(product.kyobobook.co.kr/pod/main)의 경우 브랜드가 살짝 섞여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서비스명을 “바로출판”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쓰고 있고, 출판사 브랜드로 “퍼플”(PubPle)을 사용하는 이중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자책(eB..

AI 그리고 "언어 대멸종"의 시대 (feat. 에스페란토의 미래)

알파고와 이세돌, 그리고 AI와 에스페란토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라는 책이 있다. 확실히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AI가 보여주는 미래를 저널리즘적으로 잘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는 챗GPT가 가져온 생성형 AI의 위협 하에 이제사 내 눈 앞에서 수없이 직업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지만,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바둑계는 그러한 서늘한 현실을 이미 10년 전에 예방주사 맞듯이 미리 겪었다. 당시 무언가 쎄한 느낌을 받은 나 역시 인류 역사상 인간이 인공지능을 마지막으로 이긴 바로 그 대국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사람 중 하나이다. 그리고 다시는 인간은 AI를 상대로 이긴 적이 없다. 당시 세계 1위 커제도 전패하였고, 심지어 인간의 기보로 학습한 알파고는 그것 없이 혼자서 학습한 알파고 제로에게 또 ..

『언어의 뇌과학』, 이중언어 사용자에 대한 냉철한 분석

자신의 모국어 외에 일부러 인종이 다른 정적들의 언어를 배운 넬른 만델라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외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머리로 가고, 상대방의 언어(모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이중언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핫 이슈이다. 특히나 자신의 모국어 외에 주로 영어를 기준으로 제1외국어를 습득케 하는 데에 거의 전세계가 혈안이 되어 있다. 언어적으로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특출난 프랑스도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하는 것은 물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세계를 향해 굳이 영어(!)로 전쟁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을 우리는 쉽게 목격한다. 심지어 미국과 한창 전쟁 중인 이란 역시 자국민 대상이 아닌 바깥세상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할 때는 (적국의 언어라..

에스페란토는 왜 Samideano가 필요한가

에스페란티스토가 서로를 부르는 표현이 있다. Samideano. 풀어보자면 Sama-Ideo-Ano, 즉 생각이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좋은 뜻에서 그 의미는 이해가 간다. 사회적으로 주류가 아닌 이들끼리 모여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단합하여 이 힘든(?) 세상을 이겨낸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용어를 들을 때마다 솔직히 심적으로는 부담감이 엄습해온다. 왜 우리는 생각이 “같아야” 한다는 것일까? 인류 역사를 보면 인간이 서로에게 ‘같음’을 강요해온 기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는 않았다. 그것을 처음으로 강요했던 대표적 사례는 고중세의 종교, 특히 일신교 사상이다. 조금만 그 기준에서 벗어나도 이단으로 몰아붙였던 역사를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또한 근현대로 넘어와서는 사상이 그 ..

(신간) 어린왕자 반스 - Prince Vance & Princo Vanc'

고전 동화 중에 "Prince Vance"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저자는 엘리너 퍼트넘(Eleanor Putnam)과 알로 베이츠(Arlo Bates, 1850~1918)인데, 사실 이 둘은 부부입니다. 엘리너 퍼트넘은 해리엇 베이츠(Harriet Bates, 1856~1886)의 필명입니다. 1882년에 결혼한 베이츠 부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세상은 무정하게도 아내를 만 29세의 나이에 앗아가고 맙니다. 그리고 혼자가 된 남편에게 남겨진 것은 아내의 유작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빛을 본 작품이 이 Prince Vance입니다. 영어로 쓰인 원작은 시간이 지나 당시 절판이 되었고, 우연히 어느 에스페란티스토의 눈에 띄어 다시 세상에 선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에스페란토로 다시 쓰인 이 소설은 영..

(신간) 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feat.에스페란토 배움의 이유)

은퇴를 준비하며 버킷리스트를 만들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아이디어 중 하나가 다개국어 사용자(polyglot)가 되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에 영어를 잘 하는 인구만 해도 10억 명이나 되니 나 하나 좀 더 잘 한다고 해서 (어차피 평생 해도 원어민만큼도 못하겠지만) 조금도 튀지 못할 테니, 기왕이면 여러 개 언어를 동시에 다룰 줄 안다면 각각은 얼마간 부족하더라도 다 합치면 그나마 희소성(?)의 가치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 버킷리스트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나이 들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젊었을 적 기초만이라도 조금씩 깨쳐둔 게 지금의 나이 치고는 발음에는 조금 도움은 되는 것도 같지만 이 또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