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모국어 외에 일부러 인종이 다른 정적들의 언어를 배운 넬른 만델라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외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머리로 가고, 상대방의 언어(모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이중언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핫 이슈이다. 특히나 자신의 모국어 외에 주로 영어를 기준으로 제1외국어를 습득케 하는 데에 거의 전세계가 혈안이 되어 있다. 언어적으로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특출난 프랑스도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하는 것은 물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세계를 향해 굳이 영어(!)로 전쟁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을 우리는 쉽게 목격한다. 심지어 미국과 한창 전쟁 중인 이란 역시 자국민 대상이 아닌 바깥세상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할 때는 (적국의 언어라 할 수 있는) 영어로 말을 한다. 다른 언어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영어는 마치 링구아 프랑카로 완전히 자리잡은 형국이다.
그런 상황이라 그런지 모국어 외에 외국어 하나를 더 하였을 때의 효과에 대해 언론계부터 출판계, 교육계까지 모두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기까지 하다. 이중언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정리한 “언어의 뇌과학” 같은 책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반가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모든 문제에 있어 지나친 반감도 그렇지만 동시에 지나친 맹신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이중언어의 장점과 단점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설명해준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수많은 연구 사례들이 인용되고 있는데, 슬프게도 한국 출신의 해외 입양아들도 그런 사례 중 하나로 등장한다. 어쨌거나 뇌과학 차원의 온갖 사례들을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가 갖는 긍정적 측면부터 아직은 미흡한 현대과학의 한계까지 여실히 깨닫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상당히 냉정하고 냉철하게 이중언어의 긍정적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즉 자신도 이중언어 사용자이지만 스스로 팔이 안으로 굽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쓴 게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이중언어 사용 시 오히려 어휘량이 감소하는 현상이라든지 이중언어 사용자라고 해서 뇌 활동이 현격히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중언어는 우리의 언어발달과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소이지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책에서는 어휘량 분석의 사례를 드는데, 의외로 단일언어 사용자의 어휘량이 이중언어 사용자의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대와 많이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예컨대 한 스포츠만 주구장창 한 친구와 두 가지 종목을 번갈아 연습한 친구가 있다고 했을 때 누가 더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겠는가. (참고로 책에서는 다른 스포츠를 추가로 배운다고 했을 때는 후자의 경우가 더 효과적이라는 장점도 언급한다.)
또한 상식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유의해야 하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대개 이중언어 사용자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헷갈리기 때문에 조심해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이중언어와 치매예방효과는 상관관계가 분명 있다. 다만 결과로서의 치매예방에 대한 직접적 원인이 이중언어인지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즉 이중언어 사용계층의 사회경제적 수준이나 고등교육 정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예컨대 부잣집 아이들은 조기유학을 통해 이중언어를 습득할 확률이 높아서 건강관리에 더 유리한 환경이라든지, 혹은 해외유학 출신의 대학교수들끼리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이 이중언어를 구사한다면 그게 대학교수 자식들이라서 그런 것인지 이중언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등) 함부로 단정짓기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농구선수와 축구선수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즉 농구를 해서 키가 커진 것이 아니라 키가 큰 친구들이 농구를 하게 되었을 개연성 말이다. 비유하자면 에스페란토 화자라면 그 언어 때문에 (원래 안 그랬을 사람이) 새롭게 평화를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평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에스페란토의 사상에 공감하여 배우게 되는 확률이 높은 것인지 선후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저자도 슬쩍 이야기하다시피 상식적으로는 이중언어의 치매예방 효과는 그럴 개연성이 높다 정도가 현재로서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최소한 이중언어 사용자의 뇌의 구성은 단일언어 사용자와는 다르다는 점은 과학적 그리고 통계적으로 증명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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