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페란토가 등장하고 얼마 후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안타깝게도 에스페란토의 상승세를 꺾어놓은 첫 번째 중대한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를 배경으로 한 초창기 소설이 한 권 있는데, 바로 율리오 바기(Julio Baghy)의 이 “La Verda Koro”입니다.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되어 있는데, “초록의 마음”(장정렬 옮김)으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작가 본인의 시베리아 포로 시절이 배경이어서 살아숨쉬는 듯한 당시 상황을 직접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경우 Formiko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것인데, 에스페란토 전문 출판사로 요새 제가 주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영어로 에스페란토를 다루는 출판사여서 그런지 bilingual이 컨셉입니다. 이 책만 해도 왼쪽에 영어, 오른쪽에 에스페란토를 배치하여 비교해가면서 볼 수 있도록 편집된 버전입니다. (참고로 유튜브로 에스페란토 오디오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어 번역이 조금 직역 스타일어어서 읽을 때 살짝 불편한데, 아마도 에스페란토 원작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그렇게 직역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소설로서의 작품성이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에스페란토 기초 학습 후 읽을거리가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 때문에라도 이러한 상대적으로 접하기 쉽고 또 분량이 많지 않은 책자들이 늘어날수록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백 페이지 가량 되지만 한 언어만 보면 고작(?) 1백 페이지에 불과하니 마음 잡고 읽을 만합니다. 더욱이 학습이 목적이어서 중간중간 간단한 문제도 배치되어 있으니 공부 삼아 보기에도 좋을 듯합니다.
Formiko에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에스페란토 책을 발굴해서 오늘날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내고 있는데, 다음 작품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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