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洪吉童傳)은 우리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옛 이야기는 대개 재미가 없기 마련인데, 홍길동전은 심지어 재미까지 있다.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극적인 스토리 전개, 캐릭터의 매력도 또한 잘 갖춰져 있다. 물론 오늘날 현대적인 소설과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 시대적 한계도 있고 논리적 비약도 부득이 발견되니 말이다. 예컨대 율도국 정벌 내용은 삼국지의 전투 장면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모양새이다.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홍길동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하는 유효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던지 판본도 수십 종이 남아 있는데, 크게 보면 몇 종류로 압축해볼 수가 있다. 1백 년도 더 전에 세브란스 병원의 시초인 알렌(H.N.Allen)이라는 미국인이 그중 짧은 판본을 기반으로 영어로 번역한 바 있는데, 이번에 이를 저본으로 하여 에스페란토로 새롭게 번역한 책이 아래의 것이다. 양이 많지는 않아서 읽기에 전혀 부담도 없다. 언제나 그렇듯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이는 우리 사회를 외국인의 눈으로 다시 들여다보면 색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문학의 본질적 기능처럼 이색적인 언어로 우리의 옛 모습을 한번 낯설게 봐볼 수 있는 기회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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