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백 년 전의 한반도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태어난 땅이 어쩌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 상황을 그 시대의 민중, 특히 지식인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 나름의 방향으로 그 모순을 납득하고 이해하기 위해 힘썼다. 누군가는 격렬하게 항일 무장투쟁의 길로 나아가고, 누군가는 국내의 엄혹한 상황 하에서 어떻게든 비집고 일어날 길을 모색하였으며, 또 누군가는 무려 35년에 달하는 일제 치하에서 결국 체제에 순응하는 쪽으로 안주하고 말기도 하였다.
어느 쪽이든 그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무수히 많은 고민이 필요했음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김동인도 있었다. 천재적인 문필가이자 소설가였던 그는 『감자 』와 같은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을 남긴 인물이었는데, 태어날 때는 부유했던 그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많던 자산을 다 날려먹고 결국 생계를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였다. 지금도 남아 있는 그의 다작은 사실 창작가의 넘치는 창작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먹고살기 위한 치열했던 노력의 파생물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소재가 필요했던 그로서는 우리나라 독자들을 상대로 했을 때 무엇이 가장 어필될 수 있었는지를 잘 알고 있기도 했다. 바로 역사였다. 그런 고로 부지런히 온갖 역사책들을 섭렵해가면서 이야기의 소재들을 뽑아내는데 열심이기도 했다. 물론 일제 치하에서 지금의 현재 모습이 되기까지의 과거를 훑어나가는 과정을 그 외에도 수많은 지식인들이 탐구하였던 소재가 역사기이고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얻은 소재와 영감을 가지고 그는 잡지에 투고하기도 하고 직접 잡지를 창간하여 자신의 글을 담기도 하였다. (그의 잡지사는 얼마 후 매각되었다.) 여하튼 그렇게 먹고사니즘의 과정에서 쌓인 지식과 역사 속의 미싱 링크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쌓아둔 그는 해방 정국에서 그렇게 책 한 권을 남겼다. 그것이 바로 『조선사온고』라는 그의 유일한 역사책이다. 정확히는 역사 에세이집이 좀 더 어울리긴 하지만 말이다.
확실히 문필가다운 글솜씨로 그는 어려운 역사 이야기들을 나름의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리하였다. 본인의 문제의식과 관심사를 정리할 겸한 작업이었다. 물론 전문 역사가도 아니고 그가 가진 시대적 한계로 인해 오늘날 다시 보면 일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오히려 역사학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열린 자세로 역사를 스스로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던 점 역시 충분히 인정해줄 만하다.
어느 한 지식인이 직접 느끼고 몸소 체험하였던 우리의 고대사 이야기를 이웃나라 일본의 역사와 함께 흥미롭게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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