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성 2

웅진도독부는 어디에 있었는가? (웅진/공주 vs. 부여/사비)

이름이 갖는 힘이 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부모들도 그 이름 짓기에 나름의 공을 쏟는다. 이름 그대로 살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고려가 처음에 건국할 때 굳이 ‘고려(高麗)’라고 이름 지은 것은 그 나라가 ‘고구려’를 이어 북방 강국으로 발돋움하기를 희망해서였다. (물론 이름대로 다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 재밌는 것은 이름과 실체가 따로 놀 때이다. 이런 경우도 은근히 많다. 이를테면 고대 일본, 즉 왜국의 기록을 보다 보면 한자로는 ‘唐(당)’이라 쓰고 발음은 ‘가라(から)’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그 전달자인 가야(가라)를 그 당시의 선진국 당나라와 동일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이름이 갖는 힘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부여 사비성(泗沘城), 동방의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수도의 함락으로 한 국가가 멸망한 경우는 그 과정 자체가 다이내믹하면서도 극적이기에 역사가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정보가 부족하기로 악명 높은 발해조차도 수도 상경성의 함락 과정은 일자별로 기록으로 남아 있을 정도이다. 그에 비견되는 것이 고구려의 평양성 함락, 그리고 백제의 사비성 함락이다. 어느 것 하나 감히 제외할 수 없을 만큼 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없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백제의 최후를 한번 살펴보자. 백제는 크게 보면 두 번의 천도를 거쳤다. 초기에 한성의 위례성 자체도 옮긴 기록이 있지만 지근거리의 이동은 거국적인 천도는 아니니 제외하자면, 한번은 웅진(공주), 또 한번은 사비(부여)가 그곳이다. 우선 475년 9월에 고구려 장수왕이 3만의 대군을 동원해 백제의 왕도 한성(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