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2

고려의 황제 궁예(弓裔)

역사는 어쩔 수 없이 승자의 기록이다. 영화 『짝패』의 명대사,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옳다. 결국은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가 되는 것이 역사의 진리이다. 역사에서는 그렇게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만 기억해준다. 오랜 격언 그대로 최후의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 법이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승자를 위협하였던 경쟁상대였다면 더더군다나 매장당해 마땅하다. 그런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궁예(弓裔)이다. 어떤 서양 학자가 잘 묘사하였다시피 크게 세 가지 인간군상이 있다고 했을 때, 좋은 놈은 태조 왕건(王建), 나쁜 놈은 후백제의 견훤(甄萱), 그리고 이상한 놈에 해당하는 것이 곧 궁예이다. 원래였다면 ..

고려와 발해를 잇다 - 역사 속 경계인들의 이야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정도씩은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학문을 하는 이들은 학설이든 주장이든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정해진 양식으로 학문을 다뤄야 하다보니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실제로 인간들이 사는 현실은 완전 무질서(chaos) 그 자체의 세상이다. 인간 세상에서는 절대 원인과 결과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질 수가 없고, 또 통계적으로 아름다운 그래프가 나올 리가 없는 게 또 인간 세상이다. 뿐인가, 역사는 글자든 유물이든 기록 내지 물질로 남아야지만 다룰 수가 있다. 본질적으로 시작점부터 자료의 한계라는 제약을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남지 않은 무수한 정보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후대의 우리는 더 이상 그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