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홍길동전(洪吉童傳)을 허균(許筠, 1569~1618)의 작품이라고 확신하는 이는 사실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증거가 워낙에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허균의 홍길동전이라고 배우고 자라온 세대에게 이 사실은 거의 코페르니쿠스적(?) 충격이었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우선 허균 자신이 홍길동전을 스스로 지었다는 기록을 남긴 게 없다. 그리고 당연히 후세에 정리된 허균의 문집 어디에도 홍길동전과 관련된 언급은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오늘날 남아 있는 홍길동전의 여러 판본에도 저자 이름으로 허균이 적혀 있지 않다. 더욱이 동시대인들 누구도(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허균의 홍길동전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허균은 50세 무렵에 반란 획책을 이유로 처형당하..